전체 글189 첫 솔로 시술하던 날 "Dr. Kim, you're doing the colonoscopy for room 3 today."어텐딩이 아침 회의에서 말했을 때, 심장이 쿵 했어요. 드디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혼자 하는 대장내시경. 한국에서는 하루에 20개씩 했는데, 여기서는 이게 이렇게 큰일이 됐네요.환자 차트 확인하는데 손이 떨렸어요. 55세 남성, 루틴 스크리닝. 간단한 케이스. 한국 같으면 10분이면 끝낼 건데. 간호사가 "Ready when you are, doctor"라고 하는데, ready한지 모르겠어요.시술실 들어가니까 환자가 "Hey doc, please be gentle"라고 농담해요. 한국에서는 환자들이 긴장해서 말도 안 하는데, 여기 환자들은 시술 직전까지 농담을 해요. "I'll do my best"라.. 2025. 8. 14. 7억짜리 MRI 도입 상담하던 날, AI가 모르는 1억 2천만원 절세법 작년 이맘때쯤 정형외과 원장님 한 분이 사무실로 찾아오셨어요. "ChatGPT한테 물어봤는데 답이 다 달라서요"라면서 A4 용지 몇 장을 꺼내셨죠. MRI 도입할 때 구매가 나은지 리스가 나은지 AI한테 물어본 답변들이었는데, 볼 때마다 결론이 다르더라고요.그날 상담이 3시간 넘게 걸렸어요. 7억짜리 MRI 하나 들여오는 건데, AI는 그냥 금리 계산만 해주더라고요. 구매하면 이자 얼마, 리스하면 월 납입금 얼마. 근데 실제로는 그게 다가 아니잖아요.남편이 의사라서 아는 건데, 내년에 초음파 수가가 오를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원장님한테 "MRI는 올해 말에 도입하시되, 초음파는 내년 초까지 기다리세요. 투자세액공제 타이밍 맞추면 1억은 더 아낄 수 있어요"라고 했죠. AI가 이런 걸 알.. 2025. 8. 14. 남편 병원이 갑자기 25억 충당부채 잡은 황당한 이유 지난주 금요일, 남편이 병원 이사회에서 돌아와서는 한참을 말이 없더라고요. 뭔가 심각한 일이 있나 싶어서 물어봤더니, "우리 병원이 충당부채로 25억을 잡았어"라고 하는 거예요.처음엔 무슨 의료사고라도 난 줄 알고 깜짝 놀랐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ESG 목표를 못 맞춰서 투자자들한테 소송당할 가능성 때문에 미리 회계 처리를 한 거라더군요. 저도 회계사지만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라 좀 놀랐어요.사실 작년에 남편 병원에서 큰 결정을 했었거든요. ESG 채권 500억을 발행하면서 "2025년까지 탄소배출 30% 줄이겠다"고 공언했어요. 그때만 해도 다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대요. 병원에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하고, LED 조명도 바꾸고, 열심히 했죠.근데 올해 들어서 측정해보니 달성률이 겨우 12%더라.. 2025. 8. 14. 세금 8% 아끼려다 정부지원금 300억 날린 바이오텍 회사 이야기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오더니 "우리 병원 옆 건물에 있던 그 의료기기 회사 있잖아, 싱가포르로 본사 옮긴대" 하는 거예요.저는 처음엔 별생각 없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세금 때문이래. 한국이 25%인데 싱가포르는 17%라고" 하니까 갑자기 회계사 본능이 발동하더라고요. 아니, 겨우 8%포인트 차이 때문에 회사를 통째로 옮긴다고?그 회사 CFO를 우연히 세미나에서 만났는데, 진짜 이유를 들으니 좀 복잡하더라고요. 외국계 투자사가 "한국 법인세 때문에 투자수익률이 3%포인트나 떨어진다. 싱가포르로 옮기면 투자금 두 배로 늘려주겠다"고 했대요. 500억을 1,000억으로요. 누가 안 옮기겠어요?근데 웃긴 건, 그 회사가 떠나고 나서 벌어진 일이에요. 남편이 그러는데 한국에서 임상 데이터 못 구해서 신약 허가가 .. 2025. 8. 14. 택스 시즌에 울고 웃고 "Can you stay late tonight?"매니저가 물어봤을 때가 2월 중순. 택스 시즌 막 시작했을 때였어요. "Sure"라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애들 픽업은 어떡하지' 생각했죠. 한국에서는 시어머니한테 전화 한 통이면 됐는데.미국 회계법인 택스 시즌, 정말 다르더라고요. 한국은 3월 법인세, 5월 종합소득세 이렇게 나뉘어 있잖아요. 여기는 4월 15일 하루에 다 몰려요. 개인 택스, 법인 택스, 다 4월 15일. 2월부터 4월까지는 지옥이에요.첫 번째 충격은 클라이언트들이 서류를 안 가져온다는 거예요. "I'll email it to you"라고 하고는 감감무소식. 한국에서는 세무 대리인한테 서류 안 주면 큰일 나는 줄 아는데, 여기 사람들은 "Oh, I forgot"이러면서 웃어요. 잊었.. 2025. 8. 14. 토요일 밤 10시, 항암 중인 엄마가 토하기 시작했을 때 토요일 밤 10시쯤이었나, 남편이 당직 중이라 혼자 있던 날이었어요. 친정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죠. "얘야, 이거 토하는 게 멈추질 않는데 어떡하니?"엄마가 항암 3차 받고 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심한 구토 증상을 보인 거였어요. 남편한테 전화해봤지만 수술 중이라 받을 수가 없고. 그때 정말... 응급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30분은 고민했던 것 같아요. 택시 불러서 일단 엄마 집으로 갔는데, 가는 내내 계속 검색만 했죠. FOLFOX 부작용, 항암 구토 응급실, 뭐 이런 키워드로요.그런데 막상 응급실 갔더니 4시간 대기.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겨우 진료 받고, 수액 맞고 집에 온 게 아침 6시. 나중에 남편이 당직 끝나고 와서 하는 말이, "이 정도면 집에서 항구토제 먹고 .. 2025. 8. 13. 이전 1 2 3 4 5 6 ··· 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