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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남편

토요일 밤 10시, 항암 중인 엄마가 토하기 시작했을 때

by 연우아빠45 2025. 8. 13.

토요일 밤 10시쯤이었나, 남편이 당직 중이라 혼자 있던 날이었어요. 친정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죠. "얘야, 이거 토하는 게 멈추질 않는데 어떡하니?"

엄마가 항암 3차 받고 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심한 구토 증상을 보인 거였어요. 남편한테 전화해봤지만 수술 중이라 받을 수가 없고. 그때 정말... 응급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30분은 고민했던 것 같아요. 택시 불러서 일단 엄마 집으로 갔는데, 가는 내내 계속 검색만 했죠. FOLFOX 부작용, 항암 구토 응급실, 뭐 이런 키워드로요.

그런데 막상 응급실 갔더니 4시간 대기.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겨우 진료 받고, 수액 맞고 집에 온 게 아침 6. 나중에 남편이 당직 끝나고 와서 하는 말이, "이 정도면 집에서 항구토제 먹고 지켜봐도 됐을 텐데" 하더라고요. 아니 그걸 그때 어떻게 알아요. 의사 아내라고 해서 다 아는 게 아닌데.

그 일이 있고 나서 남편이 병원에서 새로 도입한다는 앱 얘기를 해줬어요. 환자가 증상 입력하면 AI가 분석해서 병원 갈 타이밍을 알려준다고. 처음엔 좀 의심스러웠죠. 기계가 뭘 안다고? 근데 실제로 써보니까... 이게 꽤 괜찮더라고요.

엄마가 손발 저림 증상 호소했을 때였어요. FOLFOX 맞는 환자들한테 흔한 말초신경병증이라는 건데, 앱에 입력하니까 바로 "일상생활에 지장 없는 수준, 비타민 B12 복용 권장" 이렇게 뜨는 거예요. 그리고 담당 간호사한테 자동으로 알림이 가서, 다음날 아침에 전화까지 왔어요. "어머니 손발 저림 때문에 불편하시죠? 외래 때 처방 조정할게요" 하면서.

서울대병원에서 이거 쓰고 나서 응급실 방문이 32% 줄었다던데, 진짜 실감나더라고요. 우리도 그 이후로 한 번도 응급실 안 갔거든요. 밤에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일단 앱에 입력하고, 위험도 평가 보고 판단하니까 마음이 놓여요.

회계사로서 한 가지 더 알려드리자면, 이 앱 구독료도 세액공제 되는 거 아세요? 3만원씩 내는데, 연말정산 때 의료비로 잡히더라고요. 36만원의 15%, 그러니까 5 4천원 정도 돌려받았어요. 엄마처럼 의료비가 700만원 넘어가는 경우는 25% 공제율 적용받을 수도 있고요. 카드 명세서만 잘 챙겨두면 돼요.

허셉틴 맞는 유방암 환자분들은 특히 이런 앱이 도움 될 것 같아요. 심장 쪽 부작용이 있을 수 있거든요. 실제로 남편 병원에 48세 환자분이 계셨는데, 주말에 가슴이 두근거려서 앱에 입력했더니 담당의가 바로 전화해서 심장 검사 예약 잡아줬대요. 예전 같으면 불안해서 무작정 응급실 갔을 텐데.

남편 말로는 의사들도 이게 편하대요. 경미한 부작용은 앱에서 알아서 안내하고, 진짜 위험한 신호만 자기들한테 오니까. 환자 입장에서도 24시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심리적으로 안정되고요.

요즘 이런 헬스테크 회사들 주가도 꽤 오르더라고요. Doximity Teladoc 같은 미국 회사들도 있고, 국내는 네이버 케어위드가 이쪽으로 사업 확장한다고 하던데. 항암 환자 관리처럼 특정 고위험군 대상 서비스는 병원도 필요하고 환자도 기꺼이 돈 내니까, 사업성이 괜찮은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증상 모니터링 정도지만, 나중엔 부작용 예측까지 한다고 하네요. 빅데이터 쌓이면 "내일쯤 구토 증상 올 확률 높음" 이런 식으로 미리 알려준다는 거죠. 그럼 미리 약 먹고 대비할 수 있잖아요.

엄마 항암 끝나고 나서도 계속 구독 중이에요. 한 달에 커피 몇 잔 값인데, 그거로 마음의 평화를 산다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죠. 특히 의사인 남편도 24시간 엄마 곁에 있을 순 없으니까, 이런 기술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 같아요.

암 치료가 장기전이잖아요. 환자도, 가족도 지치기 쉬운데, 이런 작은 도움들이 모여서 버틸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세액공제 같은 것도 찾아보면 꽤 있고요. 병원비는 어차피 나가는 거니까, 조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건 다 챙기는 게 맞죠.

그날 밤 응급실에서 멍하니 앉아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때 이런 앱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고. 지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고요.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못하지만, 적어도 불안한 마음은 많이 덜어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