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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아내

환율 100원 오르면 6천만원 날리던 병원이 안정 찾은 방법

by 연우아빠45 2025. 8. 15.

작년 정말 더운 날이었는데, 한 병원장님이 제 사무실로 찾아오셨습니다.

"환율 때문에 미치겠어요. 장비 리스료가 달러인데, 이러다 병원 망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커피를 내려드리면서 자세히 들어보니, MRI 장비를 도입하면서 매달 5만 달러씩 7년 동안 갚기로 했다는 거예요. 당시 환율이 1,300원이었는데,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달러가 2,000원까지 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던 때였거든요.

병원장님이 계산기를 두드리시면서 보여주시는데, 환율이 100원만 올라도 연간 6천만 원이 더 나간다는 거예요. 얼굴이 정말 하얘지셨어요. 건강보험 수가는 원화로 고정인데, 장비값은 달러로 나가니까 환율 오를 때마다 속이 타들어간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회계사지만 남편이 의사라서 병원 사정을 어느 정도는 알거든요. 의료장비가 얼마나 비싼지, 그리고 대부분이 수입품이라 달러로 계약한다는 것도요. 남편 병원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어요. CT 장비 들여올 때 원화 계약이냐 달러 계약이냐로 한참 고민했었죠.

그날 병원장님께 제가 물었어요. "혹시 헤지는 생각해보셨어요?"

"헤지요? 그게 뭔데요?"

, 이분은 정말 모르시는구나 싶었어요. 의사분들은 진료에는 전문가지만 재무 쪽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당연한 일이죠. 각자 전문 분야가 다른 건데.

제가 천천히 설명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선물환이라는 게 있는데, 미래의 환율을 지금 고정시키는 거라고요. 쉽게 말해서 환율 보험 같은 거죠. 매달 5만 달러를 1,300원에 고정시켜놓으면, 나중에 환율이 1,500원이 되든 2,000원이 되든 1,300원으로 계산해서 내면 된다는 거예요.

병원장님 눈이 반짝이시더라고요. "그런 게 있어요? 그럼 바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문제였어요. 그냥 선물환 계약만 하면 끝이 아니거든요. 회계 처리를 제대로 안 하면 오히려 재무제표가 더 복잡해져요. 환율 변동 때문에 손익이 왔다갔다 하는 게 그대로 나타나서,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불리할 수도 있고요.

제가 A4 용지를 꺼내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어요. 헤지회계라는 걸 적용하면, 환율 변동으로 생기는 손익을 당기순익이 아니라 기타포괄손익으로 넣을 수 있다고. 그러면 병원 실적이 안정적으로 보인다고요.

"근데 이거 복잡하지 않아요?" 병원장님이 걱정스럽게 물으셨어요.

솔직히 말씀드렸죠. 처음엔 좀 복잡해요. 문서도 만들어야 하고, 효과성 테스트라는 것도 해야 하고. 감사받을 때 회계법인에서 이것저것 물어볼 거고요. 하지만 한 번 세팅해놓으면 그다음부터는 자동이에요.

그때 제가 계산해드렸는데, 헤지 비용이 연 매출의 0.3% 정도더라고요. 이 병원이 연 매출 100억 정도 되니까 3천만 원 정도. 병원장님이 "그 정도면 할 만한데?"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제가 한 가지 더 조언드렸어요. 100% 다 헤지하지 말고 70% 정도만 하라고. 왜냐하면 환율이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럼 나머지 30%는 이익을 볼 수 있으니까요. 병원 경영이라는 게 수익은 한정적인데 비용은 계속 오르는 구조라서, 조금이라도 이익 볼 기회는 남겨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이 병원이 헤지회계를 도입하고 나서 많이 달라졌어요. 작년 말에 환율이 1,400원까지 올랐는데도 리스료는 그대로였고, 재무제표도 깔끔하게 나왔어요. 덕분에 병원 리모델링 자금 30억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었고요.

몇 달 전에 그 병원장님을 다시 만났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요즘은 환율 뉴스 나와도 별로 신경 안 써요. 어차피 고정되어 있으니까"라고 웃으시면서요.

사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의사분들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드리는 게 제 역할이라는 거예요. 환율 걱정, 세금 걱정 없이 환자만 보실 수 있게요. 남편도 그래요. 집에 와서 환자 얘기는 하지만 돈 얘기는 거의 안 해요. 제가 다 정리해놓으니까.

헤지회계가 뭔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별거 아니에요. 미래의 불확실성을 지금 고정시키는 거죠. 대신 그 과정을 회계적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중요해요.

제가 항상 상담할 때 말씀드리는 게 있어요. "처음에 200만 원 정도 들여서 제대로 세팅하면, 나중에 수억 아낄 수 있습니다." 회계법인 검토 비용이 200만 원 정도 드는데, 이거 아끼려다가 나중에 세무조사나 감사에서 문제 생기면 훨씬 더 큰돈 나가거든요.

요즘도 환율이 불안정하잖아요. 달러 의료장비 쓰시는 병원들은 정말 고민이 많으실 거예요. 그런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전문가와 상담해보세요. 생각보다 해결책이 간단할 수도 있어요.

그 병원장님처럼 "달러 2,000원 와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