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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아내

시누이네 병원 회계팀이 분기마다 3일씩 밤새던 이유, 그리고 8시간으로 줄인 방법

by 연우아빠45 2025. 8. 15.

지난 추석 때였어요. 시누이가 명절에도 노트북 들고 와서 일하는 거예요. "언니, 명절인데 무슨 일이야?" 했더니 한숨부터 쉬더라고요. "분기결산이라 회계팀이 3일째 밤새고 있어. 나도 봐야 할 게 산더미야."

시누이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 CFO예요. 병원 재무 총괄하는 사람인데, 분기마다 이 고생을 한다는 거죠. 저는 회계사니까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아니, 요즘 시대에 뭘 그렇게 수동으로 해?" 그랬더니 시누이가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는데... 엑셀 파일이 한 20개는 열려 있더라고요.

비급여 진료수익은 이 파일, 건강검진 수익은 저 파일, 실손보험 청구분은 또 다른 파일. 이걸 회계팀 직원들이 일일이 복사해서 붙여넣고, 계산하고, 전표로 만든다는 거예요. 병원이 하루에 보는 환자가 몇천 명인데 이걸 수동으로 한다고?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시누이 말로는 병원 회계가 일반 기업이랑 완전 달라서 그렇대요. 환자가 오늘 진료받았다고 오늘 수익이 되는 게 아니래요. 건강검진은 예약금 받았다가 실제 검진할 때 수익으로 잡아야 하고, 보험 청구한 건 심사 끝나고 삭감되거나 조정되면 또 수정해야 하고. 환불도 진료 후 3개월까지 받아줘야 해서 계속 조정이 생긴대요.

그날 시누이가 보여준 게 뭐냐면, 지난 분기 수정분개가 50건이었대요. 50건이요! 그것도 대부분이 단순 실수. 숫자 잘못 입력했거나, 셀 복사하다가 틀렸거나, 심지어 엑셀 서식이 깨져서 계산이 잘못된 것도 있었어요. 외부 감사 받을 때 지적사항이 12개나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 생각했죠. "이거 자동화해야 하는데..." 근데 시누이는 "IT팀은 바쁘고, 회계팀은 시스템 몰라서 못 한대"라고 하는 거예요. 아니, 이게 말이 되나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나섰죠. 남편도 의사니까 EMR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알고, 저는 회계 쪽은 잘 아니까. 시누이 병원 IT팀장이랑 회계팀장 불러서 미팅을 했어요. 처음엔 다들 "그게 되겠어요?" 하는 분위기였는데, 제가 RPA라는 걸 설명하니까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RPA가 뭐냐면, 쉽게 말해서 로봇이 사람 대신 반복 작업을 하는 거예요. EMR에서 진료 데이터 뽑아서, 진료과별로 분류하고, 보험 유형별로 나누고, 이걸 자동으로 전표로 만들어서 회계 시스템에 넣는 거죠. 사람 손이 안 가니까 실수도 없고요.

가장 중요한 건 검증 시스템이었어요. EMR에서 뽑은 일일 수익 합계랑 회계장부 합계가 안 맞으면 자동으로 경고가 가게 했어요. 전날보다 수익이 20% 이상 차이 나면 "이상해요, 확인하세요" 알림이 가고. 이런 식으로 설계했더니 회계팀에서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도입하는 데 두 달 정도 걸렸어요. IT팀이랑 회계팀이 처음엔 서로 말이 안 통해서 고생했죠. IT는 시스템 구조만 알지 회계처리 원칙을 모르고, 회계팀은 전표는 알아도 데이터베이스가 뭔지 몰라서. 제가 중간에서 통역(?)하느라 정신없었어요.

그런데 첫 번째 분기결산 때 기적이 일어났어요. 원래 3일 걸리던 게 8시간 만에 끝난 거예요. 8시간이요! 수정분개도 50건에서 3건으로 줄었고. 회계팀 막내가 저한테 전화해서 "선생님, 오늘 집에 가도 돼요?" 물어보더라고요. 평소엔 3일 밤새는 게 당연했으니까 집에 가도 되는지 확인한 거죠.

더 놀라운 건 외부 감사 때였어요. 감사인이 "이 병원 내부통제 시스템 어떻게 만든 거예요?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잘 되어 있네요"라고 했대요. 지적사항? 0개였어요. 시누이가 저한테 고마워서 밥을 몇 번을 샀는지 몰라요.

사실 중소병원들은 "우리는 대형 ERP도 없는데 어떻게 해요?" 하실 수 있어요. 근데 꼭 비싼 시스템 없어도 돼요. Python이랑 엑셀 매크로만 잘 써도 어느 정도 자동화 가능해요. EMR에서 데이터 CSV로 뽑고, Python으로 가공해서, 회계 프로그램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요. 제 지인 병원은 이렇게 해서 결산 시간 절반으로 줄였어요.

자동화하고 나서 부수적인 효과도 많았어요. 회계팀 이직률이 확 줄었대요. 당연하죠, 매번 밤새던 사람들이 정시퇴근하니까. 경영진도 좋아했어요. 월중에도 실적 파악이 가능해져서 의사결정이 빨라졌거든요.

병원도 심사 삭감이나 추가 지급 같은 걸 반영하는 로직을 넣어야 해요. 그리고 환불이나 취소 처리도 자동화에 포함시켜야 하고요. 이런 거 빼먹으면 자동화해도 결국 수동으로 또 해야 하거든요.

지금도 가끔 다른 병원 CFO들 만나면 이 얘기해요. "수동저널 때문에 죽을 것 같으면 자동화하세요. 처음엔 돈 들어가는 것 같아도, 야근수당이랑 실수로 인한 손실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이에요."

시누이는 요즘 "회계팀이 드디어 분석 업무를 할 수 있게 됐어"라고 좋아해요. 맞는 말이에요. 단순 입력은 기계가 하고, 사람은 정말 중요한 판단과 분석에 집중해야죠. 그게 진짜 경쟁력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