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have an opening for a gastroenterologist."
펠로우십 18개월째, 리크루터한테서 첫 연락이 왔어요. 남가주 지역 병원. 정식 포지션. 드디어 진짜 잡 서치가 시작됐구나.
어텐딩이 "You should start looking"이라고 했을 때가 3개월 전. 그때는 막막했는데, 이제 현실이 됐어요. CV 업데이트하고, 레퍼런스 연락하고. 한국 경력을 어떻게 쓸지 고민했어요. 10년 경력, 여기서 인정해줄까?
첫 전화 인터뷰. HR 담당자가 "Tell me about yourself"라고 시작. 준비한 대로 말했어요. "I completed my GI training in Korea, practiced for 10 years, and now finishing fellowship here..." 담담하게, 차분하게.
"Why did you leave Korea?"라는 질문. 예상했던 질문이지만 막상 대답하려니 복잡해요. "For broader experience and my children's education"이라고 간단하게 답했어요.
일주일 후, 현장 인터뷰 초대. 비행기표랑 호텔까지 준비해준대요. 샌디에고 근처 병원. 가족도 데려오라고. 아내랑 애들이랑 다 같이 갔어요.
병원 투어하는데, 시설이 한국 대학병원만 못해요. 내시경 장비는 구형이고, 유닛도 4개뿐. 그래도 "State of the art facility"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더라고요.
메디컬 디렉터와 면담. "Your Korean experience is impressive"라고. 오, 인정해주네? "But how's your English with patients?"라고 물어요. 늘 듣는 질문. "Getting better every day"라고 답했어요.
케이스 발표 시간. 준비해간 복잡한 IBD 케이스. 15분 발표했는데, 질문이 쏟아져요. 다행히 다 대답할 수 있는 것들. "Excellent case management"라고 평가받았어요.
점심 때 현재 일하는 GI 의사들 만났어요. 3명. 다들 50-60대. "We need young blood"라고 농담하는데, 저도 40대인데 young blood인가요?
"How many procedures do you do?"라고 물어봤어요. "About 15-20 a week"라고. 한국에서는 하루에 20개 했는데. 여기가 work-life balance는 확실히 좋네요.
연봉 얘기 나왔어요. 첫 제시 금액 듣고 놀랐어요. 펠로우 월급의 5배. 한국 대학병원 교수 연봉의 2배. 물론 세금 떼면 많이 줄겠지만.
"Signing bonus 10만 불, relocation 지원, 학자금 대출 지원..." 조건들이 쏟아져요.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조건들. 하지만 뭔가 불안해요. 너무 좋은 조건이면 이유가 있는 법.
아내랑 동네 둘러봤어요. 학군 확인하고, 집값 알아보고. "여기 살 만한 것 같아?"라고 물었더니 "글쎄..."라고. 한인 커뮤니티가 너무 작아요. LA에서 2시간 거리.
두 번째 인터뷰는 LA 근교 병원. Kaiser Permanente. 대형 HMO 시스템. 완전히 다른 분위기. 체계적이고, 직원 많고, 시스템 잘 갖춰져 있고.
"You'll see 20 patients in clinic, 10 procedures per week"라고. 양은 적당한데, HMO라서 제약이 많대요. "Prior authorization for everything"이라고 현직 의사가 귀띔해줘요.
연봉은 첫 번째 병원보다 조금 적지만, 베네핏이 좋아요. 은퇴연금, 의료보험, 안정성. "Job security is excellent"라고 강조하더라고요.
세 번째는 private practice 그룹. 오피스 5개 운영하는 큰 그룹. "Partnership track available"이라고. 2년 후 파트너 되면 수입이 크게 늘어난대요.
하지만 처음 2년은 employed physician. 환자 직접 모아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하고. "Building your practice"라고 하는데, 영어 서툰 외국인 의사한테 환자가 올까?
어텐딩한테 조언 구했어요. "Location matters most"라고. "가족이 행복해야 당신도 행복하다"고. 맞는 말이에요. 돈만 보고 갈 수는 없죠.
네 번째 인터뷰는 대학병원. UC 계열. "Academic position with clinical focus"라고. 연봉은 제일 적어요. 하지만 티칭 기회, 리서치 가능성. 한국에서 페이퍼 몇 개 썼던 게 플러스 요인이 됐어요.
"Your Korean publications are interesting"라고. 한국 저널이지만 그래도 인정해주네요. "We can support your research interest"라고.
결정해야 할 시간이 왔어요. 네 곳 다 오퍼 줬어요. 각각 장단점이 명확해요. 돈? 안정성? 성장 가능성? 가족 환경?
아내와 긴 대화를 했어요. "당신이 행복한 곳으로 가자"고 아내가. "하지만 애들 학교도 중요하고..."라고 하니까 "우리는 적응해"라고.
결국 LA 근교 Kaiser 선택했어요. 안정적이고, 한인 커뮤니티 접근성 좋고, 애들 학교도 괜찮고. 무엇보다 아내가 다니는 회계법인에서 1시간 거리.
계약서 사인하는 날, 손이 떨렸어요. 진짜 미국 의사가 되는 거구나. 펠로우십 끝나면 attending physician. Dr. Kim이 아니라 진짜 닥터.
한국 동기들한테 연락했어요. "나 잡 구했어"라고. 다들 축하해주면서도 "연봉 얼마야?"라고 물어요. 말하기 민망해요. 한국보다 많거든요. 하지만 여기 물가 생각하면...
오늘 어텐딩이 "Congratulations on your job"이라고 했어요. "You deserve it"이라고. 정말 deserve하는 걸까요? 2년 동안 고생한 보상일까요?
6개월 후면 시작이에요. 진짜 attending으로. 더 이상 누구 밑에서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독립적인 의사로.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아내가 "이제 정착하는 거야?"라고 물어요. 그런 것 같아요. 더 이상 임시가 아닌, 진짜 미국 생활의 시작. 의사로서, 가장으로서, 이민자로서.
'의사 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처음으로 합병증이 생긴 날 (0) | 2025.08.15 |
|---|---|
| 선생님, 제 얘기 듣고 계신 거 맞죠? 그 한마디에 진료실을 바꿨습니다 (0) | 2025.08.14 |
| 희귀병 환자 나이만 50대로 바꿨는데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0) | 2025.08.14 |
| 남편 병원 세무조사 나왔을 때 고압산소실 때문에 식은땀 흘렸던 이야기 (0) | 2025.08.14 |
| 첫 솔로 시술하던 날 (0) | 2025.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