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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남편

처음으로 합병증이 생긴 날

by 연우아빠45 2025. 8. 15.

새벽 3, 전화가 울렸어요. "Dr. Kim, your patient from yesterday is in the ER."

어제 대장내시경 했던 환자. 단순 폴립 제거였는데. 뭐가 문제지? 옷 입으면서 손이 떨렸어요. 천공? 출혈? 한국에서 10년 동안 큰 합병증 한 번 없었는데.

병원 도착하니 ER 의사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Looks like post-polypectomy bleeding"이라고. CT 보여주는데, 다행히 천공은 아니에요. 그래도 헤모글로빈이 3이나 떨어졌대요.

환자 보러 갔더니 창백해요. "Doc, am I going to be okay?"라고 물어요. "Yes, we'll take care of you"라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제발 괜찮아야 해'라고 기도했죠.

어텐딩한테 전화했어요. 새벽 3시 반. "I'm sorry to wake you up"으로 시작했는데, "What happened?"라고 바로 물어요. 상황 설명하니까 "I'll be there in 20 minutes"라고. 직접 오신다고?

응급 내시경 준비하는 동안 계속 생각났어요. 어제 시술 장면이. 폴립이 좀 컸긴 했어요. 2cm 정도? 지혈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클립도 3개나 썼는데.

어텐딩 도착했어요. 화난 표정은 아니지만, 심각해 보여요. "Let's review what happened"라고. 어제 시술 비디오 같이 봤어요. "Here, you should have used more clips"라고 지적하시네요. 맞아요, 좀 더 조심했어야 했어요.

응급 내시경 들어갔어요. 어텐딩이 메인, 저는 어시스트. 출혈 부위 찾는데 10분 걸렸어요. Active bleeding은 아니고 visible vessel. 클립 추가하고, epinephrine 주사. 30분 만에 끝.

시술 끝나고 어텐딩이 "This happens to everyone"이라고 해요. "Even to me, multiple times"라고. 위로인 건 알지만, 제 실수는 실수예요.

다음 날 M&M 컨퍼런스에서 제 케이스 발표해야 했어요. 앞에 나가는데 다리가 떨렸어요. "Yesterday, I had a case of post-polypectomy bleeding..."으로 시작. 다들 조용히 들어요.

발표 끝나고 질문 시간. "Did you consider using prophylactic clips initially?"라고 누가 물어요. 그럼요, 했죠. 3개나 썼다고 대답했어요. "For 2cm polyp, might need more"라고 시니어 펠로우가 코멘트.

디렉터가 마지막에 "Good presentation. Remember, complications are learning opportunities"라고. 맞는 말이지만, 환자한테는 complications이 고통인데.

환자 라운딩 갔어요. 다행히 상태 안정됐어요. "Thank you for taking care of me"라고 해요. 미국 환자들은 합병증 생겨도 고맙다고 해요. 한국 같으면 난리 났을 텐데. 소송 문화가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진짜 이해심이 많은 건가.

일주일 후 클리닉에서 그 환자 follow-up. "I'm feeling much better"라고. 다행이에요. "I'm sorry about the complication"이라고 사과했더니 "These things happen, right?"라고. 그래도 미안해요.

이 일 있고 나서 더 조심스러워졌어요. 폴립 클립 더 많이 쓰고, 지혈 더 꼼꼼히 확인하고. 시술 시간은 길어졌지만, 안전이 우선이니까.

다른 펠로우들이 위로해줬어요. "My first complication was worse"라고 중국 친구가. "I perforated once"라고 인도 친구가. 다들 겪는 일이구나. 그래도 제 환자가 고생한 건 변하지 않아요.

한 달 후, 어텐딩이 "Your technique has improved"라고 해요. "More careful, more thorough"라고. 합병증 이후로 변했다는 걸 알아봐 주신 거예요.

이상하게도 이 일 이후로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어요. 최악의 상황을 겪어봤으니까. 그리고 해결했으니까. 물론 환자 도움 없이는 못했겠지만.

펠로우십 평가서에 어텐딩이 써줬어요. "Handles complications professionally and learns from experiences." 좋은 평가인지 나쁜 평가인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니까.

오늘도 내시경 하면서 더 조심해요. 특히 큰 폴립 볼 때마다 그날이 생각나요. 클립 하나 더, 확인 한 번 더. 그게 제가 그 합병증에서 배운 거예요.

한국 선배한테 전화했어요. "첫 합병증 겪었어"라고. "이제 진짜 의사 됐네"라고 하더라고요. 농담이지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의사의 일부라는 것.

내일도 내시경 8개 예약돼 있어요. 여전히 긴장돼요. 특히 큰 폴립 보면. 하지만 피하지 않아요. 조심스럽게, 꼼꼼하게, 한 명 한 명 최선을 다해서.

어텐딩이 최근에 말했어요. "The day you stop being nervous is the day you should stop doing procedures." 맞는 말 같아요. 적당한 긴장감이 환자를 지키는 거겠죠.

펠로우십 2년차, 이제 6개월 남았어요. 합병증도 겪었고, 해결도 해봤고.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씩 미국 의사가 되어가고 있어요. 실수를 통해서도 배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