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겨울이었나요? 남편이 병원에서 돌아온 날 저녁, 평소와 달리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오늘 레지던트들 마스크 핏테스트 했는데 말이야, 절반이나 탈락했어. N95 마스크를 쓰고도 다 새고 있더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우리 가족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거실에 앉아 남편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어요. 병원에서는 의료진들이 매년 의무적으로 마스크 밀착도 검사를 받는데, 정작 우리 가족은 한 번도 제대로 확인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4살 아들은 늘 마스크가 흘러내려서 코가 반쯤 드러나 있었고, 저는 안경에 김이 서려서 제대로 쓴 건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 다니고 있었죠. 그때까지는 그게 당연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퇴근한 남편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3M에서 나온 핏테스트 키트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처음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5만원이나 하는 병원 장비를 굳이 집에까지 들여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첫 테스트를 해보고는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믿고 써왔던 KF94 마스크가 사실은 별 소용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비트렉스라는 쓴맛 나는 용액을 뿌렸는데, 마스크를 제대로 썼다고 생각했는데도 그 쓴맛이 그대로 느껴지더라고요. 알고 보니 양쪽 볼 부분으로 공기가 술술 새어 들어오고 있었던 거죠. 그동안 완전히 헛돈을 쓰고 있었구나 싶어서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3개월마다 한 번씩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이벤트가 생겼어요. 거실에 다 같이 모여서 마스크 테스트를 하는 거죠. 처음엔 귀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이가 게임처럼 재미있어하더라고요. "엄마, 이번엔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어도 돼요?" 하면서 신나게 참여합니다.
테스트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해요. 먼저 용액의 맛을 확인한 다음, 마스크를 쓰고 정해진 동작들을 하나씩 해보는 거예요.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 위아래로 움직이기, 큰 소리로 말하기, 깊게 숨쉬기 같은 일상적인 동작들이죠. 이런 동작을 하는 중에 쓴맛이 느껴지면 그 마스크는 나한테 맞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테스트를 하면서 정말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어요. 우선 비싼 마스크가 꼭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중저가 브랜드인 블루나 제품이 얼굴에 가장 잘 맞았고, 남편은 3M 제품이 딱이었어요. 4살 아들은 의외로 국산 소형 마스크가 완벽하게 맞았고요. 사람마다 얼굴 형태가 다르니까 당연한 일인데, 그동안은 그런 생각을 못 했던 거죠.
더 신기했던 건 계절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어요. 여름에는 습도가 높아서 마스크가 축 처지면서 밀착도가 떨어지고, 겨울에는 건조해서 끈이 느슨해지는 현상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미세한 변화까지 잡아낼 수 있게 되니까 정말 유용했습니다.
회계사인 제 직업병이 발동해서 한번 계산을 해봤어요. 엑셀을 켜고 꼼꼼히 따져봤죠. 핏테스트를 하기 전에는 이 마스크 저 마스크 다 사보느라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몰라요. 제 기억으로는 최소 10종류는 시도해봤던 것 같은데, 박스로 사서 몇 개 쓰다가 맞지 않아서 버린 것만 계산해도 20만원은 훌쩍 넘었어요.
그런데 핏테스트를 한 이후로는 딱 2종류로 정착했습니다. 어떤 제품이 맞는지 확실히 아니까 대량구매로 단가도 낮출 수 있었고, 재고 관리도 훨씬 간편해졌어요. 의료비 절감 효과는 더 놀라웠습니다. 아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감기를 정말 달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제대로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한 후로는 병원 가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어요. 작년 한 해만 따져봐도 진료비와 약값으로 최소 50만원은 아낀 것 같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일도 생겼어요.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다니더라고요. "우리 아빠는 의사라서 마스크 검사하는 특별한 기계가 있어!" 그 얘기가 엄마들 사이에 퍼지면서 동네에서 꽤 유명해졌어요. 지금은 분기마다 몇 가족이 우리 집에 모여서 함께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공동구매로 키트 리필 비용도 아끼고, 서로 어떤 마스크가 잘 맞는지 정보도 공유하면서 일종의 작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셈이죠.
올해 초에 독감이 크게 유행했을 때 일이 기억나네요. 아들 반 친구들이 하나둘 결석하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반 인원의 절반 가까이가 아팠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은 끄떡없이 건강하게 학교를 다녔죠. 담임선생님께서 신기해하시면서 비결이 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특별한 건 없고요, 그저 마스크를 제대로 쓰는 게 전부예요"라고 대답했는데, 사실 그 '제대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직접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거예요.
돌이켜보면 처음엔 남편의 직업병이 심하다고 생각했어요. 병원에서도 하는 일을 굳이 집에서까지 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양치질하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3개월에 한 번, 고작 30분 투자하는 것만으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효율적인 투자가 어디 있겠어요?
무엇보다 좋은 건 아이가 마스크 쓰기를 전혀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자기 얼굴에 딱 맞는 마스크니까 불편함이 없거든요. 외출할 때마다 "엄마, 이거 내 마스크 맞아?" 하고 확인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면서도 뿌듯합니다.
얼마 전 시댁에 갔을 때 있었던 일이에요. 시어머니께서 마스크를 쓰고 계신데, 보기만 해도 완전히 헐렁한 게 보이더라고요. 조심스럽게 핏테스트 이야기를 꺼냈더니 처음엔 "그런 것까지 해야 하니?" 하시면서 시큰둥하셨어요. 그래서 간단하게 시범을 보여드렸는데, 결과가 정말 놀라웠습니다. 시어머니께서 평생 써오신 대형 사이즈 마스크는 전혀 맞지 않았고, 오히려 여성용 소형 사이즈가 완벽하게 맞았거든요. "아니, 내가 평생 큰 걸로만 썼는데!" 하시면서 깜짝 놀라셨죠. 이제 시댁에도 핏테스트 키트를 하나 보내드리려고 준비 중이에요.
건강을 지키는 일이 꼭 거창하고 어려운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작은 실천이지만 정확한 방법으로, 그리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 우리 가족의 마스크 핏테스트는 그런 의미에서 정말 최고의 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우리 삶을 크게 바꿔놓기도 하잖아요. 우리 가족에게는 이 작은 테스트가 바로 그런 변화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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