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의사 남편

두바이 공항에서 쓰러진 한국인이 영어로 당뇨약 이름을 말하지 못해 생긴 일

by 연우아빠45 2025. 7. 23.

두바이 국제공항 의무실에서 일어난 일이었어요. 한국인 환자가 들것에 실려 들어왔는데, 간호사가 물었죠. "What medicine do you take?" 환자분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려 했지만, "한국에서... 당뇨약... 이름이..." 이렇게만 말씀하시더라고요. 주머니에서 꺼낸 건 한글로 빼곡히 적힌 처방전이었는데, 의료진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게 보였어요.

저는 그때 같은 학회에 참석했던 내과 의사였는데, 우연히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됐죠. 15년 동안 환자를 봐왔지만, 그날처럼 무력감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환자의 혈당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고, 현지 의사가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Insulin? Metformin? Which one?" 하지만 환자분은 침묵만 지키셨죠. 자신이 먹는 약 이름을 영어로 말할 수가 없었던 거예요. 솔직히 저라고 다를까 싶었어요. 매일 처방하는 약들인데도 막상 영어로 설명하려니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결국 현지 의료진은 기본적인 응급처치만 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만약 더 복잡한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했죠.

한국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아내가 날카롭게 지적하더라고요. "의사인 당신도 준비 안 했으면서 환자만 탓할 거야?" 정말 뼈아픈 한마디였어요. 아내는 이어서 말했죠. "내가 해외 고객 세무 상담할 때는 모든 서류를 영문으로 준비해. 의료 정보라고 다를까?"

그날 밤, 우리는 노트북을 펴고 뭔가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의사의 전문성과 회계사의 체계적인 사고가 만나는 순간이었달까요.

몇 달 후였나, 서울의 한 호텔 리셉션에서 만난 외교관 부인이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남편이 파리에서 쓰러졌는데, 병원에서 복용 약물을 물어봤어요. 한국 병원 이름만 얘기하니까 아무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옆에 있던 상사 주재원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죠.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아이가 알레르기가 있는데, 영어로 설명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그제야 깨달았어요. 이게 단순히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구나 싶었죠.

우리가 처음 부딪힌 문제는 약물 이름이었어요. 한국에서 '디아미크론'이라고 부르는 약이 해외에서는 'Gliclazide'라고 불리더라고요. '놀메트'는 'Metformin'이고요. 문제는 이런 변환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거였어요.

어느 날 새벽이었을 거예요. 아내가 엑셀 시트를 들고 와서 말했죠. "봐, 이렇게 정리하면 어때? 제품명, 성분명, 용량, 복용 시간, 시작일... 마치 재무제표처럼 만들어보는 거야." 정말 천재적인 아이디어였어요. 복잡한 의료 정보를 회계 장부처럼 체계화한 거죠.

6개월쯤 지났을까요? 예상치 못한 이메일이 하나 왔어요. "당신들이 만든 서류 덕분에 한국인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LA의 한 응급실 의사였어요. 우리가 도운 환자분이 출장 중에 또 쓰러졌는데, 이번에는 준비한 서류 덕분에 즉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환자분도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 "선생님, 병원에서 제 서류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이렇게 완벽한 의료 정보는 처음 본다면서요."

사실 많은 분들이 구글 번역기로 처방전을 번역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의료 현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하루 세 번 식후 30분"이라는 표현을 단순히 "three times a day after meal"이라고 쓰면 안 되거든요. 국제 표준은 "TID pc"예요. 한국에서 흔히 쓰는 "속쓰림"도 "heartburn"이지 "stomach pain"이 아니고요. 이런 미묘한 차이가 때로는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죠.

작년 여름이었던가, 싱가포르 공항에서 경유 중에 만난 70대 부부가 있었어요. 남편분이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하셔서 공항 의무실로 뛰어갔는데, 부인이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더라고요. 우리가 만든 템플릿과 똑같은 형식이었죠.

"인터넷에서 봤어요. 의사 선생님이랑 회계사분이 만드셨다고..." 의무실 직원이 서류를 보자마자 상황을 파악하고 즉시 니트로글리세린을 투여했어요. 심근경색 전조증상이었던 거예요. 부인의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종이가 없었으면..."

회계사인 아내가 특히 자랑스러워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보험 청구 과정이었어요. "여보, 의료 요약서에 ICD-10 코드를 넣으니까 보험사에서 바로 승인했대!" 실제로 해외 여행자보험 청구할 때 우리 템플릿을 사용한 분들의 승인율이 95%를 넘었거든요. 일반 한글 서류로는 60%도 안 되는데 말이죠.

처음에는 단순히 약 이름만 번역하면 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훨씬 복잡했어요. 수술 이력을 왜 써야 하는지, 가족력이 왜 필요한지, 알레르기 반응을 왜 자세히 적어야 하는지... 의사인 저도 몰랐던 것들을 실제 사례를 통해 하나씩 배워갔죠. 수술 이력은 마취할 때 중요한 정보가 되고, 가족력은 유전 질환 스크리닝에 필요하고, 알레르기 정보는 교차 반응을 예방하는 데 꼭 필요하더라고요.

일본 오사카에서 편지가 온 적도 있어요. "선생님, 덕분에 아버지가 무사히 치료받고 돌아오셨습니다." 재일교포 3세인 김 씨의 편지였는데, 한국을 방문했던 아버지가 급성 담낭염으로 쓰러졌는데 준비한 의료 서류 덕분에 즉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죠. "일본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완벽한 의료 정보는 처음 본다고 하셨어요."

우리 부부는 지금도 계속해서 이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고 있어요. 최근에는 소아과 버전이랑 임산부 버전도 만들었죠. 각각의 특수한 상황에 맞춰서 말이에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작은 종이 한 장이 정말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의사로서, 회계사로서, 무엇보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계속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려고 해요.

해외에서의 의료 응급상황,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마세요. 준비된 사람에게는 위기도 기회가 될 수 있거든요. 다음에는 실제 작성 사례와 함께 질환별 맞춤 가이드를 소개해드릴게요.

건강도, 서류도, 결국은 준비가 답인 것 같아요. 서울의 작은 서재에서, 의사 남편과 회계사 아내가 함께 쓴 이야기였습니다.